본문 바로가기

제주 생활

어느 로스터의 아침

한주넘게 이곳 제주에는 흐리고, 비 
햇빛을 본기억이 점점 잊어져 가는 어느날. 
형제섬이 보이는 곳에 새로운 둥지를 만들고 있는 그를 만난다.
지난밤 늦은 업무로 아는 지인인 꽃?중년의 은갈치 머리를 한 로스터와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한이불?을 덮는다.
?표가 많아서 이상한가?  ㅎㅎ

가게 이전으로 심신이 많이 힘든 그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는건
외국에서 건너온 콩? 들이 아닐런지..  
그리고, 또하나는  이전중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에 정성이 담긴 로스팅된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

새단장을 하고있는 곳에대한 신경과 지난밤 이야기로 지칠법도한데..
눈에 붙은 밥 도 겨우 띄고, 배는 비워둔채 그의 임시공방으로 향한다..
우리 아들이 봤으면 토마스 에 나오는 제임스라고 했을것 같다.. 코, 눈, 입 도 있는데..ㅋ
빨간색이 아주 ~  색시해에~~  이제 부턴 제임스라고 불러야 겠다(로스팅기구) ㅋ

이른 아침,  붓기도 빠지지 않는 두터운 손으로 생두를 이리저리 바쁘게 골라낸다.

나도 두손으로 거들지만 쉽지가 않다..
불량콩들을  뭐라고 하던데?   오래되서 기억하질 못한다.. 
뭐 다기억하면 너무 재미없을것 같긴 하지만..  ㅜㅜ
생두도 천연 작물이다 보니, 썩은것들.. 돌.. 부스러기들  모두를 골라낸다.
요즘은 왜이렇게 불량품들이 가여운지 모르겠다..

빨간색 제임스(토마스친구)를 닮은 드럼은 가열되고,
로스터는 생두를 제임스 의 머리위에 올려 놓는다...

'촤르륵' 들어간 생두들은 콩뽁는소리 와 함께 드럼에서 '쐑'소리와 함께 계속 돌아간다.
드럼의 속도와 가열온도, 댐퍼 조절로
로스터 자신만이 가진 노하우에 의해서 생두들은 익어간다.

그의 말수가 줄어든다....
집중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굵은 목소리와 느긋한 말이 매력적인 그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와~ 이렇게 집중력이 강하신분이 였던가..ㅋ

그의 손, 귀, 코 는 모두 한곳에 집중 되는듯하다...
콩들이 볶아지면서 내는 하나하나의 소리와 
콩들의 상태를 보기 위해 손놀림이 마치 100m 달리기 선수들처럼 빨라진다.
중간중간 기계에서 새어나오는 냄새또한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1차 크랙, 2차 크랙 .......

바로 그순간 ...........  '촤~ 르~륵~' 
드럼에서 마구 다른옷을 갈아입고 한순간에 쏟아져 내려온다.

제임스(토마스친구) 에서 냉각된 원두는 그의 바구니에서 뺑글뺑글 돌아간다.
전혀 다른 옷을 입혀준 로스터에게 모두들 감사하게 생각하는듯 하다.

 

각자 봉지에 담겨 육지에 있는 고객들에게 배달된다...ㅎ
이제 보니 마크가 원두를 닯아있군.. 

 


가게 재오픈이 다가 오고 있어서 오픈행사때 상용할 커피술을 함께 만들고....
신기한 커피술..  
커피의 진한맛과 술이 만났을때,  커피의 향과 술의 맛을 느끼는 이국적인 맛이였다.

은빛 머리를 휘날리는 꽃중년 로스터와의 아침을 보내니
오랜만에 제주의 하늘에 해가보인다...
이젠 그의 인생에도 지금처럼 멎지게 살다보면, 이런 멎진 햇빛을 보여줄듯 하다...
-------------------------------------------------------------------------------
11년 11월 19일 그는 새로운곳에서 보다 멎지게 Jump 하기위해
사계 해안도로 시작점에 재오픈을 했다..

올레길을 꼬닥꼬닥 걸으며,
그의 숨결이 닿은 핸드드립 커피를  권해드립니다.  (말이 너무 늦다고 듣다가 주무시면 안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