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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리뷰

제주의 음식2 - 낭푼밥상

낭푼밥상

밥은 큰 그릇에 하나만 마련하고,

'국'만 인원수대로 차리는 제주 전통 상차림.

 

1960년대 초 제주인들의 식생활

<출처: 북제주군반세기>

제주도에서는 다른 지방과는 달리 밥을 사람 수대로 뜨지 않고 큰 그릇(낭푼)에 담아 온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다.

이는 농사일과 물질을 함께하는 제주 여인들의 바쁜 일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풍속이다.

 

내가 제주에서 낭푼밥상을 받아본것은

한참 당근농사에 빠져있을 때였다.

이른아침부터 시작된 당근 파종 작업은 오후가 되니 지쳐가고 있을때,

허기진 배를 움켜지고, 같이당근 재배하는 형님댁에서 처음본 밥상이 였다.

 

"왜? 내 밥그릇이 없지.."

밥을 덜어서 먹는것 이라고 생각했었다.

슬쩍 눈치를 보니 그냥 수저를 들고 바로 먹는다.

반찬은 젖갈과 배추 , 고추 , 마농지 그리고 배추된장국

밥상의 충격이였다.

찌게를 가운데 놓고 먹는것과는 반대인것이다.

분명 육지에서 내려온 나에게는 비위생적인 식사방법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허나, 수저를 든후 큰낭푼에 들은 밥은 점점 줄어간다.

'맛나다' 왜일까?

재료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그맛!

신선한 야채와 된장 들 과 바다의 재료로 만든 짱이찌와 젖갈

그리고, 양푼 한가득 담아낸 밥이 아름답게 어울어진 제주의 상차림 이였던 것이다.

 

할머니가 한마디 거드신다.

옛날에는 곤밥(쌀밥)이 어려웠을때는(없었을때는) 

바당(바다)에서 톳을 해다가 보리밥에 넣어서 지어먹었지...

김치 할 양념도 없어서 주로 겆절이 김치를 해 먹고.

 

<제주의 낭푼이 밥상>

60년대 까지 제주의 가정은 이렇게 밥을 차렸다.

빨리 먹고 일을 나가기 위함이다.

 

'옛날에는 밥을 수저로 갈랐어.. (피자처럼)

식구가 많으면 싸울까봐.. (서로 많이 먹을려고)'

 

'그시절 어머니들은 매일 굶었어요..

애기들 많이 먹일려고.

톨밥(톳밥)을 애기들 먹일려고 배부르게 먹어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지..

그때는 몰랐지.. 어머니가 배곪으시며 상차려주신걸....'

 

이것이 바로 섬에서 살아온 제주 여인의 상차림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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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여행객들은 요즘 스마트폰으로 이른바 '맛집' 검색을 하며 음식의 기행을 다닌다.

유명한 음식점, 지역주민이 많이 가는 음식점

변형된 제주의 맛... 

물론, 내가 맛보는 시골할망 들이 만들어 주시는 음식 그대로 요즘세대의 사람들 입맛에 맞지는 않을것이다.

단지 지금 맛집에서 먹는 음식이 제주 전통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제주음식에 숨어있는 모습을 보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TIP. 제주 해산물 방언 

▲ 구쟁기(소라)                                                                       ▲구살(성게)  / 게우(전복내장)

▶뭉게(문어)                                                                           ▶해삼